로맨스녹턴

열일곱

599

‘나 해 보고 싶어.’ ……뭐를? ‘너랑…… 더 깊이 닿는 거 말이야.’ ‘…….’ 씨발. 행복했다. 감히, 행복했다. ‘네 말이면 난 다 좋아, 도영아.’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영원할 것 같았다. ‘우리…… 낳을까?’ 하지만 이어지는 잔혹한 현실에, 새로운 생명이 반갑기는커녕 버겁기만 했다. ‘낳아?’ ‘…….’ ‘낳아서 씨발, 키워? 애도 우리처럼 그지같이 살게 하고 싶냐?’ 그래서 모든 걸 망가뜨리고 말았다. *** 손가락 하나와 은지영, 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린 대신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이뤘다. “나 성공했어.” “그거 자랑하려고 왔니?” “…….” “잊었어? 우리 완전히 끝났어. 네가 10년 전에…… 나 버린 그날 이후로.” 하지만 그의 꿈은 더 이상 피아노가 아니었다. “이기적인 거 알아. 내가 나쁜 놈인 거 알아. 개새끼인 거, 나도 알아. 근데.”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위태롭게 떨렸다. “너 없으면, 나 안 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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