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부서진 시간

김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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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오가 사라졌다. “누굽니까, 이 사람.” 가장 친밀했던 연인이 가장 잔인한 타인이 되어 버린 기막힌 상황. 여전히 굳건한 그의 세계에서 지워진 건 채영 하나뿐이었다. “저 여기서 자고 갈래요.” 졸렬한 발악이었다. 충동보다 본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집요한 열기로 들끓었던 그의 눈이 무심하게 가라앉는 걸 그녀는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빨아 주는 거 좋아하잖아요.” “그래?” 일정하던 시선이 순간 색을 달리했다. “그럼 어디 한번 해 봐.” 지태오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랑한 지태오는 더 이상 없다. 연약한 시간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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