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처음

로맨스짐승의 처음

시월이

1,332

“나 몸 파는 남자 아니에요.” 기가 막힌 타이밍에 던져진 폭탄. 꽤 나이스한 발언이었다. 나를 배신한 전남친과 나란히 듣기에. “네 몸값 아니야.” 나는 싱긋 웃었다. “서로가 좋았는데 왜 화대를 주겠어. 나도 남자 사는 취미 같은 거 없어.” 남자의 뺨에 키스하며 속살거렸다. “…여러모로 고마워.” 손까지 살랑살랑 흔들며 태연자약하게 떠나왔다. 다시는 볼 일 없다고 여겼던 남자. 잠시 복수와 위로가 되어주었던 남자. 그 불장난의 상대는 이튿날 나의 회사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그것도 말끔한 얼굴로. 내 속에서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쉬-. 흥분하지 말아요. 우리 사이 들키겠어.” 눈앞이 표백되고, 심장이 맥박친다. 으름장을 놓자, 그가 이번엔 내게 폭탄을 던졌다. “책임져요.” 권지후가 웃는다. “내 처음을 가진 거.” 일견 뻔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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