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벤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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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벤야민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쏟아지는 폭언과 구타 속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숨죽여 웅크리는 것밖에 없었고, 사랑 받았던 13년의 기억은 까마득한 아픔 속에 사라져 버렸다. * [본문 중] “……죄, 죄송……. 흑, 죄송해요…….” 숨 막힐 듯한 폭력에 드문드문 문장이 끊어졌지만 벤야민은 계속해서 그 말만을 입에 담았다. 장정들에게 하는 말인지, 라일라에게 하는 말인지, 루트에게 하는 말인지, 마사에게 하는 말인지, 바디안에게 하는 말인지, 이안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죄송하다는 말만을 계속해서. 그렇게 모질게 맞고, 실신하고, 차가운 물세례와 함께 다시 정신을 되찾으면 또다시 구타를 당했다. 그렇게 수차례 실신하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억지로 깨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을 떴을 때, 벤야민은 저택 지하에 있는 제 방에 누워 있었다. 아니, 표현이 알맞지 않다. 오래되고 딱딱하게나마 있는 침대를 두고 방문 코앞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아마도 장정들이 기절한 벤야민을 이곳에 끌고 와 방문을 열곤 내팽개친 것이리라. 작은 창밖을 보니 아직 날이 어둑어둑했다. 벤야민은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비명을 지르는 탓에 침대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널브러진 채 지하실을 가득 채운 한기에 몸을 떨었다. 딱딱한 돌바닥에 닿는 곳마다 둔기로 맞는 것처럼 아팠지만 어째서인지 숨 쉬는 것은 조금 더 편안했다. 벤야민은 지난날처럼 익숙하게 몸을 웅크렸다. 이전처럼, 다시금 이곳에서 살아가야 했으니까. 그의 분노가 사그라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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