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내가 원수를 사랑할 리가 없다

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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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순간에 가족이 죽고 가문이 스러졌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인, 화재는 사고가 아니었다. 왕국 엔스위든을 뒤흔드는 최악의 범죄자, ‘카르타’ 바로 그의 소행. “반드시, 제가 반드시 찾아내서 복수할 거예요.” 그날부터 내 삶의 전부는 복수, 단 하나. “붉은 눈의 남자. 모두를 죽인 그 사람을.” 모든 것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된 제 저택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한 남자를 구하기 전까지. *** 루벤은 수상하고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나에 대해서 당신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군.”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첫인상이 상당히 잘못된 듯싶어서.” 분명 첫인상을 운운할 관계는 아니었고, 형식적인 호위에 불과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은 내가 지켜.” 그는 왠지 날 지키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말한다. “그만 가세요. 호위는 이만하면 되었어요.” 당연히 이 남자를 믿을 수 없어 선을 그었지만, 이미 의미가 없었다. “도무지 당신에게서 멀어질 수 없어요. 애를 써도 어려워. 당신은 어떤가요. 이제, 떠날 건가요?” 의지 따윈 무력했고, 나는 결국 인정해야 했다. 그에게 곁만 내줄 수 없게 되었다는걸. “리츠하이안. 나는 죽어서까지 네 곁에 있을 거야.” 한결같은 당신의 말에, 나는 결국 허물어졌어. “당신이 정말로….” 그가 자신이 줄곧 찾아 헤매던, 나의 원수라는 걸 알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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