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렛 라이(LET LIE)

SEO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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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 팔자까지 잡아먹고 태어난 년. 중학생이었던 제게 비수처럼 꽂히던 할아버지의 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후로 그 꼬리표는 오랫동안 서희를 따라다녔다. 지금도 마찬가지. 남 부러울 일 없는 재벌가의 일원으로 태어났음에도 구태여 신입 사원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건 순전히 오기였다. 혹은 독기이거나. 그런 제 인생에 남자는 필요 없다고 비혼주의까지 선언한 서희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맞선 상대의 사진을 들이미는 엄마는 현재 그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 “……나랑, 결혼할래요?” 반은 진심, 반은 농담이었다. 엄마의 결혼 소리가 너무 지겹다는 핑계 반. 제게 두 번이나 반했다며 밀고 들어오는 남자에게 솔직히 끌리는 마음 반. “임신 3개월입니다.” 하지만 임신이라니? 임신은 차서희의 인생 계획 어디에도 없었던 일정이었다. 게다가 두 번 다신 이런 일로 엮이지 말자고 제가 먼저 선을 그어 버린 남자와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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