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잘 키운 애인

최정

1,406

“저 저, 가증스러운.” 모월 모일 모시, 모연동의 한 지하 술집. 드라마 <스페어>의 종방연이 한창이던 이때. 나비가 술을 들이켜려다 말고 테이블에 잔을 탁 내려놓자 스태프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가. 누가 그렇게 가증스러운데?” 바로 이 드라마의 남주이자, 자신의 오랜 이웃 사촌이자, 20살 이후로는 자신을 개무시하는 저놈! 저한테는 늘 쌀쌀맞은 기태서 저놈이 스태프들 사이에 껴서 살살 눈웃음을 치고 있는 꼴을 보니 아주 배알이 꼴렸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지만 고작 보조 작가일 뿐인 나비는 애써 시선을 돌리고는 분노로 열오른 머리를 식히려 한 잔 두 잔, 마셔댔는데……. “흐…… 너어, 헉…… 기태서, 너……!” 어라……? 내가 얘 데리고 지금 뭐 하는 거야.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얼굴이 붙들리고 입술에 촉촉 말랑한 것이 들러붙었다. “너 뭐야. 지금 나 취했다고, 어? 내일 기억 못 할 줄 알고 막 이러나본데……!” “왜, 우리 이러고 있는 거 내일되면 기억 안 할 거야?”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나비가 미간을 좁히며 그를 노려보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언행의 반복이었다. 대체 오늘 왜 이러는데? “싫으면 때려. 뺨을 후려치든가.” “야, 잠깐, 이성을 찾…….”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답도 하기 전에 다시금 태서가 훅 다가왔다. “누나.” 촙, 촉. 쪽. 간지러운 버드 키스가 여전히 혼란에 잠겨 있는 나비를 깨웠다. “이제 너 도망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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