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포에버 짝사랑

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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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엔 경멸과 조소의 감정이 얽혀있었다. 이제야 가공할 두려움에 질려버린 가영이 고개를 흔들며 벗어나려 했지만 강한 악력이 그녀의 턱을 더욱 꽉 잡아 꼼짝을 못 하게 하였다. “네가 뭔데 감히 석차를 적선해? 너 따위가 뭔데.” 그의 뜨거운 숨이 후욱, 콧등에 내려앉았다. 그만큼 얼굴이 가까웠다. 담배 냄새가 살짝 섞인 그 숨결에 그녀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차마 그와 눈길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장태하라는 빛을 차단한 어둠 속에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들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많이 틀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래전 지은 엄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틀렸던 그때처럼, 아는 문제를 일부러 틀리는 일은 진짜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 공부만큼, 시험문제만큼 쉬운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 시간 수도 없이 장태하를 마음에서 지우려고 노력했지만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완력에 묶여 꼼짝하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그녀는 여전히 이 남자, 장태하가 몹시 그립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애써 참으려 했던, 억눌러왔던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가에 비죽 눈물이 흘러나오고야 말았다. 절대 그래선 안 될 순간인데도. 잠시 후, 믿을 수 없게 뜨거운 숨결이 슬며시 다가왔다. 아랫입술에 뭔가 생소한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입안으로 파고든 촉촉하고 뜨거운 그 무엇인가를 깨닫고자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꾸만 흩어지는 정신 속에서 그녀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어느새 홀로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가영은 한참 후에야 손등으로 제 아랫입술을 천천히 더듬었다. 제 짐작이 맞는다면, 어쩌면 방금 그것은 생애 첫 키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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