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살아갈 이유의 부재

뽁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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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누구나 가진 것이지만, 단도빈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실패작이자, 제값도 못 하는 반편이였으니까. 그렇기에 단도빈은 제 존재를 증명코자 SSS급 에스퍼로서 전장을 떠돌아야 했다. “……우리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의현을 만났다. 어떤 이의 가이딩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도빈에게 유일하게 가이딩을 해 줄 수 있는 SSS급 가이드. “아뇨. 속상해요. 도빈 씨가 스스로를 괴롭히면.” 그를 알수록 난생처음 마음속이 고통스러웠다. 마치 덩어리처럼, 또 솜뭉치처럼 무언가가 마음에 깃들었다. 하지만, 제 첫 감정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단도빈은 버림받았다. 계략과 오해가 한데 뒤섞인 결과였지만, 둘 중 누구도 진실을 몰랐다. 그리고……. 절망처럼 얼어붙는 마음으로, 단도빈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루하루 죽어 감에도 휴식 한번 허락되지 않는 삶에서 감정은 사치, 무엇보다도 추상적인 덩어리일 뿐이었으니까. “그냥, 혼자…… 혼자 끝내려고 했어요.” 채 ‘사랑’이라 정의되지 못한 감정이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어디일까. * [본문 중] 깨끗한 물이 도빈의 머리칼을 적시고, 얼굴을 쓸고 지나며 붉게 젖어 든다. “더럽게.” “…….” “최소한 사람 행색은 갖춰야죠. 안 그래요? 그런 꼴로 개수작 부리지 말고요.” “……네.” 의현이 아무렇게나 던진 페트병이 딱 저같이 초라했다. 언젠가 나도 쓸모를 다 하면 저렇게 버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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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 최강의 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