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한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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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얼마 안 된 행지는 행복한 신혼 생활에 있다. 투박한 고향 남자들과 달리 점잖고 신사다운 남편. 무엇보다 그는 애처가로, 세상에 여자라고는 행지밖에 모르는 남자인데. 순풍에 돛단배처럼 평화로운 결혼 생활인데도, 행지는 문득문득 이질감을 발견한다.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서적이나 먼지 한 톨 앉지 않은 전축 사이에서 행지가 느끼는 감정은 어쩐지 공포심을 닮은 듯하다. 어느 날, 기묘했던 하루 끝에 행지는 집에 돌아온 남편의 재킷을 정리하다 안주머니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네 남편이 아니야.] 그 순간 남편을 떠올리는 행지의 머릿속은 깊은 수심에 내려앉은 듯 컴컴해진다. 내 남편, 나와 결혼한 남자. 그런데 내 남편의 이름이……. 뭐였더라? * “으흑……, 으, 아, 흣!” “잘 버텼어. 대단한데?” 남편이 허리를 짓찧으며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행지를 희롱하는 박수 소리 같았다. “진짜 나빴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아하고 있으면서.” 하도 쑤셔 댄 아래가 저릿하여 피가 몰린 얼굴이 벌건 행지를 귀엽단 듯 내려다보며 남편이 검지로 그녀의 속눈썹에 맺힌 물기를 훔쳤다. “당신을 이렇게 기분 좋게 해 주는데, 내가 나쁜 남편일 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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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쫓겨날 처지의 공작 부인에게 빙의되었다
2 너와 닿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