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하라면 해서

송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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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서로의 옆집에서 살면서 쭉 같이 자란 하라와 해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의식하고 연인이 되지만 사귀고 난 뒤 어째서인지 둘 사이는 삐걱거리기만 한다. 추운 겨울, 해서는 하라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사귀기 전처럼 친구로 돌아가기로 하지만 마음은 전혀 친구가 아닌 두 사람. 그리고 서로의 마음은 꼭꼭 숨긴 채 시작된 동거. “너 뭐하는 거야?” 씹새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하라가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나야 말로 묻고 싶은 게 산더미다. “넌 뭐하는 건데? 너 저 본부장이랑 무슨 사이야?” “뭐?” “사귀어?” 내 말에 하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안 사귀어.” 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런 눈으로 봐? 누가 봐도 좋아 죽겠다는 그런 눈으로? “그럼 짝사랑이야?” 설마 싶어 물었는데 하라는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하라는 얼굴까지 살짝 붉히고 있었다. 미친, 헤어지고 6년 만에 좋아 죽겠다고 목매는 사람이 겨우 노말 씹새야? “야, 나이 서른에 짝사랑이 하고 싶냐?” 부러 모질게 말하자 하라가 눈을 치켜뜨며 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나 잘해. 괜히 아무거나 찔러서 시비 털지 말고 신경 꺼.” 지금 이게 괜히 시비 터는 걸로 보이냐?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강하라라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젠 다 꺼져 버린 줄 알았던 불씨가 화르륵 타올랐다. 몇 년 전부터 나한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얼굴로 그 새끼를 쳐다보는데 밥 먹는 내내 배알 꼴려 죽을 것 같았다. 말을 마친 하라는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으려는 듯 도로가로 걷는 하라의 뒤를 따라가 손목을 붙잡았다. 하라가 걸음을 멈추고 날 돌아 본 순간 눈이 마주쳤고 나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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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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