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죄의 수요일

홍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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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게 차가운 인상과 뜨거운 눈빛, 온도를 알 수 없는 남자. 지루한 한정식 집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재혼하기로 약속한 서로의 부모를 옆에 두고. “이쪽두 서로 처음 보지? 얘가 온아. 그리고 지운이.” “아, 여동생.” 그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스쳤다. “지나치게 예쁘네요, 여동생이.” 본능적으로 위태로운 느낌에 나는 그를 피하게 됐다. 하지만 먹이를 앞에 둔 짐승처럼, 그는 집요했다. “정말로 절 여동생이라고 생각하세요?” 묻는 나도, 대답할 그도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아뇨. 보통은 여동생이 울면 귀찮죠.” “그런데요?” “박온아 씨는 우니까 키스하고 싶던데.” “……안녕히 가세요.” “박온아 씨. 우리, 할래요?” *** 그는 커다란 몸을 살짝 굽혀 내 목덜미 가까이 얼굴을 묻었다. 귓가로 숨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왜 왔냐면…… 그냥 오고 싶었어요.” 나는 조금 깊은 듯한, 더불어 느린 듯한 그의 숨소리를 따라 호흡을 깊게 내쉬었다. “어째서……?” “오늘이 수요일이라서.” 납득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오늘은 수요일. 또다시,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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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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