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피치 못할 사정

김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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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아, 여기에서 보네.” 바로 앞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헐렁한 원피스 차림에 화장기도 없는 모습으론 마주치고 싶진 않던 사람이었다. 최소한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 정도로 마주쳐도 더 꾸미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도 남았다. “그러게, 용식이 넌 무슨 일이야?” 오용식, 대학교 신입생일 때 만나 수없이 많은 처음을 같이 했던 첫사랑이었다. 그 처음 중엔 타인의 살결을 맞대고 뜨거운 숨결을 나눈 몸짓도 있었다. 하지만 곧 서른을 앞둔 지금, 그 기억은 꾸겨진 종이처럼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퇴근하고 회사 사람들이랑 술자리가 있어서… 방금 헤어지고 출출해서 뭐라도 먹으려던 참이야.”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나와 달리 용식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예전 연인의 초라한 몰골을 보자 묘한 우월감이라도 느낀 걸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원래 현실은 잔인할수록 사람을 빨리 포기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을 내세워봤자 더 초라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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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끊을 수 없는 나쁜 짓 [일반판]
2
2 집착할 수밖에 없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