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영주님에게 축복을!

글 에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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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지역의 광활한 영토를 지배하는 대귀족, 블릿 헤르츠. 천재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시대에서 그가 택한 것은 자신이 아닌 후대의 무궁한 영광이었다. 그 간절함 덕분일까? 여신이 기도를 받아들인 순간, 블릿은 자신에게 내려진 기적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축복’이 어떤 방식일지도 모른 채. 저주와도 다름없는,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축복. 블릿은 여신이 내려 준 성스러운 축복의 상대로 신실하고 고결한 용사, 레오넬 아르만을 택한다. 과거의 짧았던 인연을 미끼로 용사를 이용하려던 블릿과 달리, 새파란 진심을 드러내며 그에게 부딪혀 오는 레오넬. 그러나 선뜻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 블릿 때문에 쌓여 가는 오해는 깊어지기만 하는데……. *** “이제 자네 마음대로 움직여도 좋네.” “그런 거 싫어하잖습니까. …정말로 원하는 걸 말씀해 주세요.” 한 달 새 무슨 변화가 생긴 건지 레오넬이 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이 말 한마디에 끝까지 하더니만. 레오넬을 안았던 팔을 풀고 상체를 살짝 뒤로 물리자 완전히 밀착되었던 몸이 떨어져 나갔다. 어쩔 줄 몰라 했던 눈은 어느새 진정된 채 답을 구하고 있었다. 한 번 해서 이런가? 블릿은 이 행위에서 가장 원하는 걸 태연하게 요구했다. “자네가 마음껏 느끼고 내 안에 사정했으면 좋겠네.” “왜 그걸 원하십니까? 대체… 무엇 때문에요.” 무엇 때문이냐고. 블릿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가장 핵심인 걸 제외한다면…. 블릿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말로 꺼냈다. “그저 자네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었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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