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암장지하(巖牆之下)

잭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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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우이현이 어릴 때 본 여제운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됐을까, 이현은 종학에 들어가서도 내내 여제운을 신경 쓴다. 그러다 어느 날 먼저 칼싸움을 신청해 온 걸 계기로 친해지게 되고, 여제운은 허구한 날 술이나 마시고 뻔뻔하게 농을 건네는 이현에게 스며들듯 마음을 주게 된다. “뭘 타고 왔지.” “바람에 이끌리다 정신을 차리니 여기였지.” 유명한 시 구절을 퍽 진지한 얼굴로 말한 이현에게 여제운이 겨울처럼 싸한 얼굴을 했다. “그럼 다시 바람 타고 가면 되겠군. 아니, 학보고 물어다 달라 하지 그래.” “오, 역시 좌승상의 아들이야. 학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하게 전쟁이 터지며 상황은 급변하게 되는데…. 어느덧 대장군이 되어 전장이 된 흑룡강을 지키던 여제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눈을 뜨자마자 들은 소식은 다름 아닌 이현의 혼인이었다. "이따위 걸 듣게 해?" 몹시 날카로운 얼굴이 이현을 찢어발길 듯이 쳐다봤다. * “여 공.” 그때 다리 사이로 들어온 여제운의 허벅지가 더욱 가까이 붙어 왔다. 조금만 더 오면 닿을 것 같았다. “여제운!” 다급히 이름을 외치자 여제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취했다, 제운아.” 이현이 사나운 시선을 똑바로 맞받아 쳐다보며 말했다. 화가 난 듯 보였던 얼굴이 이내 아릿하게 변했다.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더없이 또렷하게 말한 여제운이 천천히 이현에게서 떨어졌다. “이제껏 너와 가졌던 무수한 대작 중 단 한 번도 취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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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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