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불순한 계략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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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합니다, 한태강입니다.” 아. 서희는 한태강이라는 남자를 처음 본 순간,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우건, 오빠?’ 남성다운 선, 탄탄한 체격, 상대를 주시하는 눈빛을 한 남자는 기억 속의 우건과 겹쳐졌지만, 그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럴 리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윤서희 씨?”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서희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네. 죄송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전무님.” *** “픽, 누가 보면 내가 윤 비서를 잡아먹는 줄 알겠습니다.” “그건….” 서희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졌다. 이러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까지 낱낱이 까발려질 것만 같았다. 이미 그는 다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무는데, 그의 눈매가 좁혀졌다. 곧이어 그의 손이 자신의 아랫입술로 향했다. 읏, 그의 손가락이 닿았을 뿐인데, 저도 모르게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이에 짓이겨진 입술을 빼내주며 다시 시선을 맞추었다. “그렇게 내가 의식됩니까.” “…전무님. 그럼 전 이만 나가 보겠….” 그녀가 밖으로 나가려고 뒤를 돈 순간, 그가 그녀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지금 이게 무슨…!” “윤 비서가 날 보는 눈빛.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이거, 놔 주세요.” “알고 있잖아. 윤 비서 또한 날 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눈빛을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이 못 움직이도록 거미줄로 얽어놓은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얼른, 피해야 하는데. “…저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저, 정말 착각할지도 몰라요.” “맘껏 착각해요. 나도, 윤서희 씨를 맘껏 취할 테니.” “그게 무슨.” “얼마든지 날 보며 착각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가 허리를 끌어당기며 위험하게 속삭였다. “다만, 우리가 서로 끌리는 건 분명하니.” “…….” “서로 몸이 가는 대로 행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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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 최강의 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