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조화 객관 환원 이론

시무룩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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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이야기는 픽션이며 실존하는 인물, 단체 및 기업 등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다음은 없다고 하면요?” 유명 화가인 비셔의 미공개작 에 이유 없는 끌림을 느낀 이헌은 매일 그 그림을 보러 가고, 일주일 째 되는 날 작품 앞에서 블레이크와 만나게 된다. 분위기에 취해 하룻밤을 같이 보낸 두 사람. 그에게 더 빠지기 전에 발을 빼려고 하는 이헌에게 블레이크는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그의 끈질긴 공세에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이헌은 블레이크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때때로 그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위화감을 느낀다. *** “아니요. 저는 분명……, 명백하게 당신에게 끌리고 있어요.” 또다시 테이블 사이에 정적이 휘감겼다. 노을로 얼룩진 그의 눈동자 색은 그 어떤 물감으로도 그려 내지 못할 것같이 아름다웠고 그 안에는 정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나에 대한 관심이 식었으면 어쩌나 싶었던 마음도 잠시, 그 열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뜨거워서 도발한 내가 오히려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취하신 것 같군요.” 그 말에 울컥, 짜증이 치밀었다. “취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에요.” 내뱉고 나니 숫제 내가 먼저 달려드는 꼴이 되어 버렸지만 후회해 봤자 늦었다. 아찔한 기운이 도는 머리를 살짝 쓸어 올린 뒤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쥐고 있던 장난감을 뺏긴 어린아이라도 되는 듯이 불퉁한 표정으로 앉아 있으려니 블레이크가 자기 앞에 놓인 술을 들이켰다. 단박에 비워진 잔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좋겠네, 술 잘 마셔서. “오늘은 글렀고 다음에 다시 기회를 잡아 보죠.” 벌떡 일어서는 블레이크의 행동에 맞춰 의자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밀려 나갔다. 아직 앉아 있는 채인 내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뭘 보냐는 듯 태연하게 응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초조함이 술에 취한 내 눈에도 빤히 읽혔다. 어쩔까 고민하다 치기인지 취기인지 모를 감정에 그냥 맡겼다. “다음은 없다고 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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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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