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그 고추 아닌데요?

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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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작가 정욱은 신작 구성을 위해 강원도 산골 마을로 들어간다. 지는 해가 아름답다 하여 ‘노을리’라고 불리는 마을. 노을리의 일곱 번째 주민이 된 정욱은 밤낮없이 우는 닭, 미친 듯이 짖어 대는 개, 사사건건 참견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시달린다. 그런데 무엇보다 정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젊은 이장 고현수다. 평화롭게 글을 쓰고 싶어서 산골까지 들어왔건만, 현수는 새로운 주민의 정착 지원을 해야 한다며 정욱의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든다. 분명 꼴도 보기 싫은데, 왜 자꾸 눈에 밟히지? 과연 정욱은 노을리에 잘 정착해서 무사히 신작 집필을 끝낼 수 있을까? *** “나는 고추의 신이다. 온 세상의 축복을 내리노라. 올해에는 고추 농사가 풍년을 맞을 것이고, 농민들은 풍요로울 것이다.” 고현수는 정말 고추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위엄있게 말했다. 정욱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청양고추, 오이고추, 아삭이 고추, 꽈리고추, 홍고추, 가지 고추 모두 모두 병충해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로다.” 고현수는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아니. 잠깐만…. 현수야.” “네?” “지금 뭐 하는 건데?” “상황극이요. 고추의 신 의상이 아깝다고 하셔서요.” “아….” 그랬다. 상대는 고현수였다. 정욱이 보내는 끈적한 신호 따위 현수에게 닿을 리 없었다. “현수야. 우리 그냥 영화나 볼까?” “네. 좋습니다.” “응. 거실로 나와. 옷은 벗지 말고 아까우니까.” “네.” 술에 취한 고추의 신은 눈치는 없어도 대답은 씩씩하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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