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아찔하게 좋은남자

핑크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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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스럽게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의 눈앞에 자그마한 여빈이 보였다. 도망간 줄 알았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바구니를 들고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그만 게 여기저기 잘도 다닌다. 다람쥐처럼. 좀전의 일을 사과받고 싶었다. 샤워하는 걸 뻔히 알면서 노크도 없었다. 필시, 일부러 그런 짓을 했을 테지. 하루 이틀 엿을 먹이는 게 아니었으므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성큼 걸어간 필두는 여빈의 마른 어깨를 잡아 몸을 돌렸다. 깜짝 놀라 두 눈을 껌뻑이는 모습이 언제 자신에게 쏘아붙이기만 하던 다람쥐였냐는 듯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넌 사과할 줄 몰라?” “뭘요?” “씹, 아까 네가 문 열어 재꼈잖아.”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린 여빈은 짜증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문 잠그지 말랬지 누가 열어놓고 씻으래요?” “됐고, 어디까지 봤어.” 무섭게 자신의 얼굴을 뜯어보는 눈빛에 멈칫했지만 여빈은 인상을 팍 구겼다. “보긴 뭘 봐요. 아무것도 안 봤어요.” “솔직히 말해. 너 내 좆 봤잖아.” 입 밖으로 흐르는 저급한 단어에 여빈은 경멸에 가까운 눈빛을 쏘아대며 그를 밀쳐냈다. 안 그래도 껄렁껄렁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은데 상스러운 표현에 몸서리치듯 어깨를 떨었다. “말하는 것 좀 봐.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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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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