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점멸(漸滅)

엘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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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시대물로, 역사적 사실과 다릅니다. 차라리 오해나 착각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진실에 눈감고 정처 없이 흔들리는 감정에, 허덕이는 몸에 충실했을 것이다. “허리를 들거라.” 금침 위에 힘없이 떨어진 허리가 휘청휘청 일어선다. 지금 이 사내의 말을 따르는 것은 복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쾌락을 위한 것인가? 서이는 손을 더듬어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꿩 새끼처럼 어둠에 머리를 파묻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수십 번 되뇌었다. 그러나 얼음처럼 차가운 사내는 그 잠깐의 도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네가 나를 천치로 아는구나.” 억센 손아귀에 붙들린 머리카락이 뒤로 향하자, 숨이 터져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에 걸린다. “이리 도망칠 것이었으면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지.” 활처럼 휜 허리가 앞으로 밀렸다가 그대로 당겨졌다. 흐윽, 하고 울다가 아흑, 하고 신음했고,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가다 참지 못하고 무너졌다. 나는 얼마나 비틀린 인간이기에 내 아버지를 죽인 인간에게도 반응하는 것인가? 그녀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차라리 미쳤다고 생각하자. 색정에 눈이 먼 광인이라 생각하자. 그래서 도덕도 인륜도 버리고 지금 내 위에서 움직이는 남자에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속이 끓는 듯한 이 느낌은 쾌감이 만들어 놓은 환각이라고, 그렇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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