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홀린 밤

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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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에게 세상은 너무도 추웠다. 원인 모를 추위에 시달리느라 한여름에도 온낭이며 화로를 곁에 두고 살았다. 그런데…… “오래전 급사했을 이가 지금껏 살아 있다니, 혈육의 명을 강탈했나 보군요.” 제 부모가 자신을 제물 삼아 오라비를 살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혼란에 빠진 인서는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세책점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운명을 만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끈한 검은색으로 차려입어, 마치 고요한 밤처럼 새카만 사내를. 가까이 다가갈수록 추위를 누그러뜨리는 기묘한 사내, 명훈을. *** “왜 따라왔는데?” “한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인서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어이없는 소리지만, 이것 말고는 처음 본 사내를 쫓을 만한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었다. “뭐…… 뭐라고?” “당신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쫓아온 겁니다. 어디에 사는 누구신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날 보고 연심을 품었다고?” “네…….” 인서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속삭였다. 부끄러웠지만, 이보다 나은 변명은 없었다. “저기 면경으로 얼굴을 확인해 보는 게 어때?” “네?” 인서는 싸늘한 표정의 사내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추위가 멀어지니,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 얼굴 어디에 연심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인서는 뭐라 변명할 말이 없어서 머뭇거렸다. 지금껏 연심을 품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대 얼굴에 보이는 건 말이야…….” 다른 이가 이 정도로 거리를 좁혔다면 도망가기에 바빴을 텐데, 이 사내 앞에서만큼은 한 발짝도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추위가 사라진 자리에 온기가 차오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어서, 사내의 접근이 마냥 달가웠다. “연심이라기보다는 탐욕…….” 사내가 인서의 얼굴을 가늠하듯 내려다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냉정한 눈빛이 비정하기까지 했다. “아니, 탐욕은 아닌 것 같고…… 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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