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난향蘭香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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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의 공주, 고세화의 인생은 실낱 위에서 위태로이 흔들리며 춤을 추는 광대의 것이었다. 친모는 죽었고, 동복동생 역시 언제 같은 꼴이 될지 모른다. 죽기 전에 죽일 작정으로 놓은 덫에 제가 빠졌을 때, 세화는 한 사내를 만난다. 지치지 않고 물어뜯을 틈을 찾아 맴도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짐승. 쏟아지는 빗속, 산속에 짐승과 같이 갇힌 세화는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짐승을 길들여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째서 끝을 내지 않지? 아씨, 난 당신을 죽이라 은자를 받았어.” “멍멍아, 자존심을 세우며 짖는 건 나를 이긴 후에나 하거라.” 조련되던 사내가 먼저 변한 건지, 조련하던 그녀가 먼저 변한 건지. 이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그럴싸한 한순간의 꿈일 뿐인지. 고립된 산속에서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짐승과의 관계는 그녀가 결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알지 않느냐. 아무리 즐거운 유희라도 끝은 오는 법이다. 너는 나를 죽이러 온 자객이고, 나는 이 나라 태왕의 장녀다.” 목줄에서 풀려났을 때 짐승은 주인의 목을 물 것인가, 아니면 저를 두고 떠나는 그 등을 배웅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세화는 제가 기른 짐승을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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