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하자, 결혼

김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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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고로 연주자의 삶을 포기하게 된 문정인. 우연히 납치될 뻔한 아이를 구해 준 정인은 낯선 남자의 연락을 받는다. 딸의 아버지이자, 우일 에너지 사장 우선재로부터. 아이가 정인을 엄마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 결혼하자고. 황당한 결혼 제안에 그녀가 응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저보다 더 좋은 분을, 우태이 양의 어머니로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절이 떨어지자 남자는 예의를 벗어던지고, 제 왼쪽 귀를 톡톡 가리켰다. “문정인 씨. 하자 있는 몸, 비싸게 쳐준다고 할 때 응하세요.” 감히 나 아니면, 네가 어디서 이런 조건을 받아 보겠어. 오만한 비웃음이 가슴을 할퀴었다. “고장 난 귀, 얼굴만 반반한 하자품. 그딴 소리는, 오직 나한테서만 듣게 해 드리죠.” “제 마음을 되돌릴 조건은, 그게 전부인가요?” “아마?” 이를 악문 채, 그가 던진 가벼운 비소를 되돌려 주었다. “우 사장님, 절 붙잡는 데 실패하신 것 같네요. 다시는 뵙는 일 없길 바랍니다.” 더는 우선재와 말을 섞기도, 얽히기도 싫었다. 부디 이쯤에서 놓아주길 바라던 찰나. “그래요, 가요.” 우선재가 담백하게 굴었다. “싫다는 사람, 한 번 붙잡았으면 되었지.” 그는 매끈하게 웃으며 문을 열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두 번은 안 잡아요, 나도.” 내내 부드럽게 눈매를 접고 있던 남자는 서늘하게 선을 그으며 재촉했다. “뭐 해요? 안 나가고.” 더는 볼일 없으니, 이제 그만 꺼지라는 눈빛과 함께. 분명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었건만. 우선재에게 패배한 것도 모자라, 퇴짜맞은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재수 없어.” 역시나 우선재는 불쾌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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