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초라해지기 싫은 연애

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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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이만큼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거 생각하면 화나지 않아요?” 태강이 맥주캔을 내밀며 물었다. 전혀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다. 이렇게 대화조차 나눠보지 않은 사이인 사람이 나를 위로하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아마도… 그러겠죠.” 힘없이 중얼거리듯 말하고 맥주를 마셨다. 지금쯤 경호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다가올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게 뻔했다. 마치 나는 검은색 옷에 묻은 먼지처럼 눈에 거슬리는 존재라서 손끝으로 툭툭 털어낸 게 전부라고 여길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우고 끝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부터라도 널 위해 살아. 희생을 가볍게 여기는 놈 따윈 잊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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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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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을 삼킨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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