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숨이 짧아지는 노을

이백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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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작품은 트리거(학교 폭력) 요소가 있으니 이용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첫사랑, 대학생, 감금, 시리어스물, 피폐물, 미인공, 다정공, 능욕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절륜공, 미인수, 소심수, 순정수, 산책수, 짝사랑수, 상처수] 서은제는 교실 안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끝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을 정도로 수재인 데다 예쁜 얼굴을 한 현지서. 지서의 분홍색 복숭아뼈가 새빨갛게 변한다면 어떨까. 청결하고 시원한 향을 머금은 바람이 부는 날, 지서의 손은 어떤 온도를 담고 있을까. 차가울까? 아니면, 따뜻할까. 순종적인 눈으로 자신을 보는 지서를 상상하던 중 문득 부끄러운 문장들이 불쑥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네가 얼마나 예쁜지, 또 너랑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얼마나 완벽할지. 그래서 너는 평생 여기 갇혀 있어야만 한다고……. 지서를 가두고 보듬어주는 상상들로 학창 시절을 채웠고, 그걸로 그와의 인연은 끝일 거라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어 거짓말처럼 그와 조우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 “구경은 다 했어?” “지서야, 현관문은 어디 있어……?” “글쎄. 만드는 걸 깜빡한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일어선 지서는 재밌는 농담을 하고 있다는 듯이 웃었다. 스탠드와 작품들을 비추는 조명을 제외하고 불이 꺼진 실내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창문 밖의 하늘이 점차 짙은 남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은제를 내려다보는 지서는 너무나도 새카만 얼굴을 하고 눈을 빛냈다. 보조개에 핀 주홍빛 둥근 원은, 지서가 움직일 때마다 점차 짙어졌다. “왜…… 어째서?” “말했잖아. 마음에 드는 건 꼭꼭 숨겨 놓고…….” “…….” “나만 봐야 한다고.” 그 순간 정신이 핑 돌았다. 순식간에 손안에 땀이 차고, 눈 안쪽으로 어둠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찰나의 시간에 무너져 내린 은제의 몸으로 강한 타격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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