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먹지

김예을

216

“넌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너 그날도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나 엿 먹이고 사라졌잖아. 그런 너를 찾겠다고 내가……!” “갈기갈기 찢긴 기억 같은 거 찾으려고 온 거 아니야.” 12년 만에 마주한 그녀는 잔인하리만치 섬약했다. “……나는 엉망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훨씬, 엉망이라고.” “누가 그래? 네가 엉망이라고.” 구슬픔이 깃든 서빈의 눈동자가 오롯이 은초를 향했다. “너 엉망 아니야. 넌 내가 겪어 온 사람들 중에 제일 바르고, 곧고.” “…….” “예뻐.” 그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간드러지는 말을 잘도 내뱉었다. 은초는 제멋대로 몸을 키워 나가는 욕망의 덩어리를 잠재웠다. 검은빛의 암흑 속, 곤히 잠든 서빈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은초의 뇌리엔 의문과 의심이 범벅으로 엉켜 있었다. 나약한 자신이 절대적인 애정을 쏟는 그의 곁에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 그리고 먹지 같은 밤. 은초의 지친 눈이 스르륵 감겼다. 이내 몰랑한 손이 서빈의 손등 위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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