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SSS급 에스퍼 길들이기
26
양성소 시절 업어 키우다시피 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SSS급 에스퍼가 되어 찾아왔다. 무려 자신과 ‘각인’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 문지한이 가늘게 뜬 눈으로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도윤을 응시했다. “너 각인이 뭔 줄은 알고 자꾸 말하는 거니?” “당연히 잘 알고 있어.” “너 나랑 각인하면 나 말고는 아무랑도 가이딩 못 해. 내가 네 목숨줄이 되는 거라고.” 서도윤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미쳤다.” “…….” “너무 좋잖아.” “…….” ……알고 있다며? 한껏 들뜬 표정을 보고 문지한은 이제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지한은 강제 각인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그 에스퍼를 길들여야만 했다. 다행인 건, 그의 다정함이 자신 한정으로 폭발한다는 것이었고, 절망적인 건, 다정함의 옵션으로 광적인 집착이 함께 딸려 온다는 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아랫배. 아니, 그보다 좀 더 아래. 생식기 언저리의 배 속이 간지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언젠가 서도윤이 손가락으로 괴롭혔던 ‘내벽’ 말이다. 극한의 수치심에 문지한은 고개를 더욱 아래로 숙여 감췄다. 얼굴에 열이 오르다 못해 귓바퀴가 다 후끈후끈할 지경이었다. 엉덩이 사이의 근육이 풀리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뻐끔뻐끔 호흡하듯 저 홀로 열렸다가 조여들기를 반복했다. 자극을 분산시키려 부러 앉은 자리를 뒤척여 봤으나 허사였다. 내벽을 시작으로 몸 전체가 참기 힘들 정도의 간지러움에 시달렸다. 애가 탔다. 뒷구멍에 뭐라도 쑤셔 넣어 거칠게 긁고 싶다는 미친 생각마저 들었다. 기어코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뒀던 손이 제멋대로 사타구니 쪽으로 향했을 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다. 덜컹!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쌍의 시선이 문지한에게 꽂혔다. “저, 화장실 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문지한은 황급히 방을 벗어났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화장실로 도망가는 것까지 염력에 통제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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