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어비스(Aby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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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심연은 사람을 질식하게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득한 깊이를 헤어나올 수 없다. 한 사람을 사랑했던 까닭에 그 아득한 심연에 갇힌 채 살아야 했던 여자, 마리. 그런 그녀에게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지만,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별일 아니에요, 그래서 연락 안 한 거고.” “별일이든 아니든 설명부터 해.”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보다, 그렇게 믿어주면 안 돼요?” 이런 순간마다 현민은 실감한다. 자신이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래서 내가…….” 연애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현민은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어떤 건지 잘 알았다. 그로서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빌어먹게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결코 그만두지 못하는 짓거리. 더 많이 사랑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심연 속으로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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