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회귀선

민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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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로 한적했던 시골 마을이 시끌시끌해진 건, 6개월 전 백승오가 등장하고 나서부터였다. “산을 파실 때까지, 이 집에서 신세 지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의 산이 필요하다며 깡패들과 함께 들이닥친 그는 그대로 방에 들어앉아 반년째 애매한 대치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래 봐야 소용없어요. 할머니는 산 안 파세요.” 참 이상한 깡패라고, 이서는 되뇌었다. 깡패치곤 머리가 길고 문신도 없고, 노인에게 유독 약하게 굴고. 분명 산을 빼앗는 데엔 협박과 무력이 직통이겠건만, 그는 늘 고상하게 이서네 집안을 돌볼 뿐이었다. “밥값, 손녀님 수학 가르치는 걸로 하고 싶습니다.” 명문대 졸업장을 들이밀며 선생놀이를 하겠다고 할 땐 과연 그가 어디까지 할까 싶었다. 깡패에게 과외라니. 도무지 속셈을 모르겠다고 생각할 무렵. “오래 기다렸는데, 손녀님.” 혈관이 도드라진 손으로 이불 위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행위가 마치 느리게 재생되는 비디오처럼 보였다. “방에 들어와요. 우리 할 거 있잖아.” 둘 사이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떠오르는 태양 빛을 만난 듯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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