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당신의 천박한 종이 여기 있어요

손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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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충실한 종으로 자란 순결한 성녀 아리엘. 그녀의 순수한 믿음에 악마 렉시온조차 감화되어 신의 종이 되어버렸다. 비로소 세상은 혼란에서 벗어나 평화가 찾아왔다. “성녀님은 그 대단한 악마를 어떻게 무찌르신 건가요?” “성녀님의 순수한 믿음에 역시 신께서 응답해 주신 것이지요?” 이미 확신을 하고 묻는 사람들의 말에 아리엘은 그저 말없이 조용히. 웃음으로만 답해 주었다. *** 계속되는 렉시온의 말에 아리엘은 울먹거리다시피 신음을 뱉으며 무언가를 부정하듯 애써 고개를 도리질 쳤다. 그녀의 모습이 처연해 보일 법도 한데. “고결하고 순결한 우리 성녀님께서 말이지.” 렉시온은 이미 그녀를 붙잡았던 팔을 풀어 줬지만, 아리엘은 더는 그를 밀어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좋았어? 네 신을 버릴 만큼.” 아리엘은 계속해서 힘이 빠지려는 제 손끝이 하얗게 되도록 그의 어깨를 꽉 쥔 채 매달려 기대고 있었다. 이미 제 몸을, 그녀의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렉시온의 손길에 맡겼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나면 뭐라고 할까? 아리엘. 이 음탕한 성녀.” 중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퍼지며 렉시온이 그녀를 향해 그르렁거렸다. 그의 얼굴 위로 악마같이 고약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렉시온에게 매달려 기대어 있는 아리엘의 두 눈이 보라색으로 빛나며 촉촉한 물기가 일렁였다. 원망인지 희열인지 모를 무언가가 담긴 그녀의 눈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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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치도록 아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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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상화 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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